안녕하세요, 디자인 스튜디오 메이드잇투게더 김형주입니다.
"앱 디자인 견적 좀 받아볼 수 있을까요?"
디자인 외주 문의 메일은 대부분 이 한 줄로 시작해요. 이 글에서는 문의 전에 정리해 두면 견적이 빨라지는 5가지, 왜 지금·누가 쓰는지·어디까지·어떤 느낌·일정과 예산을 예시와 함께 정리했습니다.
견적 문의를 한 줄로 보냈다면
처음 외주를 맡기는 팀이라면 무엇을 적어야 할지 막막한 게 당연해요. 지원사업에 막 선정됐거나, 투자 미팅 날짜가 잡혔거나, 개발은 시작했는데 화면이 없거나. 마음은 급한데 디자인 회사에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.
그래서 일단 한 줄을 보내요. 그리고 며칠 뒤 돌아온 답장에는 질문이 잔뜩 붙어 있습니다. "화면은 몇 개인가요?", "개발은 어디서 하나요?", "언제까지 필요하세요?"
견적이 늦어지는 진짜 이유
견적이 늦는 건 업체가 느려서만은 아니에요. 같은 '앱 디자인'이라도 화면 5개와 50개는 전혀 다른 일이라서, 정보가 없으면 견적을 낼 수가 없습니다.
그대로 두면 생기는 손해도 있어요.
시간: 질문과 답이 몇 번 오가는 사이 일주일이 지나요. 협약 기간이 정해진 지원사업 팀에게는 큰 시간입니다
비교: 업체마다 범위를 다르게 짐작해서 견적을 주니, 금액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가 없어요
범위: 서로 생각한 범위가 다르면 진행 중에 "이것도 포함인 줄 알았어요"가 나옵니다
다행히 이건 문의 전에 다섯 줄만 정리하면 대부분 풀려요.
▲ 처음에 다섯 줄을 쓰면, 오가는 질문이 그만큼 줄어요.
디자인 외주 브리프, 이 5가지면 충분해요
브리프는 '디자인 회사에 보내는 요청서'예요. 거창한 기획서가 아니어도 됩니다. 아래 다섯 가지를 한두 문장씩 적으면 돼요.
1. 왜 지금 필요한가요? (중요!)
투자 미팅이 잡혔는지, 출시일이 정해졌는지, 정부지원사업 협약 기간이 있는지. '왜 지금'을 알면 무엇을 먼저 만들지가 정해집니다.
지원사업 팀이라면 중간보고·결과보고 날짜를 같이 적어 주세요. 그 날짜에서 거꾸로 일정을 짭니다.
이렇게 적어요: "3개월 뒤 시드 투자 미팅이 있어요. 그 전에 데모로 보여줄 MVP 화면이 필요합니다."
2. 누가 쓰나요?
"누구나 쓰는 서비스"는 디자인 방향을 정해 주지 못해요. 처음 쓸 사람이 누구인지, 어떤 상황에서 이 서비스를 여는지 한두 문장이면 충분합니다.
이렇게 적어요: "반려견을 처음 키우는 30대 1인 가구예요. 퇴근길 지하철에서 산책·병원 기록을 확인합니다."
3. 어디까지 만들까요?
로고만인지, 로고와 앱 화면까지인지, 홈페이지나 회사소개서도 필요한지. 디자인 외주 견적은 대부분 이 범위, 특히 화면 수로 정해져요.
화면 수를 모르겠다면 지금 있는 기능 목록, 손으로 그린 화면, 비슷한 서비스 링크도 좋습니다. 개발을 누가 하는지(내부 개발자, 외주, AI 도구)도 같이 적어 주세요.
이렇게 적어요: "가입·기록·리포트 중심으로 핵심 화면 8개 정도, 로고와 앱 아이콘이 필요해요. 개발은 내부 개발자가 합니다."
4.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
레퍼런스는 좋은 예시보다 싫은 예시가 더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. "이런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"가 방향을 빠르게 좁혀 줍니다. 서비스 링크나 캡처 2~3개면 충분해요.
이렇게 적어요: "토스처럼 단순한 느낌이 좋아요. 캐릭터가 많은 아기자기한 톤은 피하고 싶습니다."
5. 일정과 예산 범위
예산을 먼저 말하면 손해 볼 것 같다는 분도 있는데, 사실은 반대예요. 범위를 알면 그 안에서 효과가 가장 큰 것부터 제안할 수 있습니다. 정확한 금액이 아니라 "○○만 원 안쪽" 정도면 돼요.
이렇게 적어요: "6주 안에 끝내고 싶어요. 예산은 지원사업 외주용역비로 ○○만 원 안쪽입니다."
▲ 다섯 줄이면 충분합니다. 이 정도면 견적과 일정이 바로 나와요.
몰라도 괜찮은 것들
정확한 화면 수 — 기능 목록만 있으면 같이 세어 볼 수 있어요
디자인 용어 — "깔끔하게", "믿음직하게"처럼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
완성된 기획서 — 아이디어 단계라면 첫 미팅에서 같이 정리해요
다섯 가지 중 두세 개만 정리돼 있어도 괜찮아요. 나머지는 첫 미팅에서 함께 채우면 됩니다.
견적서를 받았다면, 무엇을 비교해야 하나요?
여러 곳에서 디자인 외주 견적을 받았다면 금액만 보지 마세요. 같은 '앱 디자인'이라도 들어 있는 내용이 다릅니다.
☐ 화면 수와 상태 화면 — 빈 화면, 오류 화면, 로딩 화면까지 들어 있나요?
☐ 수정 범위 — 몇 번까지, 어느 단계에서 수정할 수 있나요?
☐ 원본 파일 — 피그마 원본을 받을 수 있나요? 다음 작업을 이어 가려면 꼭 필요해요
☐ 개발 전달물 — 색·글자 규칙, 공통 버튼 같은 컴포넌트, 아이콘 파일이 들어 있나요?
☐ 소통 방식 — 중간 결과를 언제 공유하는지, 피드백은 어디로 주는지 정해져 있나요?
금액이 낮아도 이 항목이 빠져 있으면 나중에 따로 맡겨야 할 수 있어요. 모르는 항목은 견적을 준 곳에 그대로 물어보세요. 설명을 잘해 주는 곳이 일도 잘 풀어 갑니다.
▲ 금액이 같아도 들어 있는 것은 다를 수 있어요.
실제로는 이런 차이가 나요
가상 사례 · 두 팀의 첫 문의
A팀은 "앱 디자인 견적 부탁드립니다." 한 줄을 보냈어요. 저희가 질문 목록을 보내고, 답을 받고, 다시 확인하는 사이 일주일이 지났습니다.
B팀의 메일은 이랬어요. "다음 달 말 정부지원사업 중간보고 전에 반려동물 건강기록 앱 MVP가 필요합니다. 사용자는 30대 1인 가구 보호자, 화면은 가입·기록·리포트 정도예요. 토스처럼 단순했으면 하고, 캐릭터가 많은 귀여운 톤은 피하고 싶습니다. 예산은 ○○만 원 안쪽입니다."
B팀에게는 다음 날 범위와 일정, 견적 초안을 보냈어요. 다섯 가지가 다 들어 있는데 길지도 않죠. 정리된 문장이 아니어도 됩니다. '왜, 누가, 어디까지, 어떤 느낌, 얼마나'만 있으면 돼요.
정부지원사업, 모두의창업, 창업사관학교, 대학 창업팀과 여러 번 함께하면서 본 것도 같습니다. 일정이 빠듯한 팀일수록 첫 문의가 정리돼 있으면 착수가 빨라요. 협약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, 첫 주를 아끼는 게 그대로 결과물의 여유가 됩니다.
Madeit's Note
저희는 화면 수를 기준으로 견적을 계산해요. 그래서 범위가 정해지기 전에는 확정 견적을 미루고 자료부터 받습니다. 처음 다섯 줄이 정리돼 있으면 이 과정이 훨씬 짧아져요.
첫 미팅에서는 무엇을 물어보나요?
다섯 가지를 정리해 왔다면, 첫 미팅에서는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. 미리 생각해 두면 미팅이 짧아져요.
이 서비스를 쓸 사람은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?
경쟁 서비스 중 가장 신경 쓰이는 곳은 어디인가요? 왜 그런가요?
출시 3개월 뒤 어떤 숫자가 나오면 성공이라고 볼까요?
지금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은 무엇인가요?
이미 정해져서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나요? (이름, 색, 기능)
답이 없는 질문도 있을 거예요. 괜찮습니다. 답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도 프로젝트 초반에 꼭 필요한 정보예요.
마치며
좋은 디자인 외주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. 다섯 줄을 정리하다 보면, 우리 서비스가 지금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가 먼저 보이기도 합니다. 그 다섯 줄이면 디자인 회사와의 첫 대화가 훨씬 가벼워져요.
정리한 다섯 줄이 있다면 그대로 메일로 보내 주세요. 지원사업 일정이 있다면 날짜도 함께요. 무엇부터 맡길지, 범위와 일정을 같이 정해 드립니다.
→ mit@madeit.kr
김형주 · 메이드잇투게더 대표
2015년부터 스타트업의 브랜딩과 UI/UX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.